우연히 본 이 영화는 노부부의 아주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는 듯 했다. 시를 정리하는 부인,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수, 작지만 예쁜 집과 시를 짓는 부인을 위해 커피를 타주는 자상한 남편. 모든 일상이 평화로와 보였지만 그 평화가 단조로왔을까.. 그 것을 깨뜨리려는 부인은 크고 작은 다툼을 만든다. 잦은 다툼 속에서도 29년을 함께한 부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이별. 영화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것은 한 부부의 결혼 생활과 그 끝자락에서 마주하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가족이 깨지는 순간을 지켜봐야 하는 아들의 시선을 통해, 이혼이라는 사건이 개인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여주인공이 시 편집자라 영화 전반에 시가 등장하여 깊이를 더해 준다. 또한 영화의 배경은 영국 해안가의 작은 마을
Seaford에 위치해 있는 절벽으로 Hope Gap보다는 세븐시스터즈(Seven Sisters)라는 공원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Hope Gap’은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상징하는 듯한 역할을 한다. 음악 또한 잔잔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루어져, 감정의 여운을 한층 더 깊게 만든다.
주인공 및 출연진 소개
- 그레이스(애너벨라 슈오라): 감정이 풍부하고 강한 성격을 지닌 아내.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애쓰지만 남편을 계속 바꾸려는 시도로 결국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 에드워드(빌 나이): 조용하고 신중한 성격의 남편. 긴 결혼 생활 끝에 아내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새로운 길을 택한다.
- 제이미(조쉬 오코너):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는 아들. 혼란과 슬픔 속에서 두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자신의 길을 가려한다.
내용 리뷰
29년을 함께한 부부,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자란 한 아들. 우리가 사랑이라 믿는 것은 사랑이 끝나는 순간, 그리고 그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다.
그레이스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대화를 통해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했고, 무엇이든 마음속에 쌓아두지 않고 표현하는 성격이었다. 반면, 남편 에드워드는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그는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고, 불편한 대화를 피하려 했다. 아들 제이미는 그런 부모 사이에서 성장하며 감정 표현이 서툰 어른이 되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집을 찾은 제이미가 있는 자리에서 그레이스와 에드워드는 언쟁을 벌였다. 그레이스는 에드워드가 또다시 회피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의 감정을 이끌어내려는 마음에 결국 뺨을 때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그레이스가 교회에 간 사이, 에드워드는 아들 제이미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신이 떠날 거라고, 그리고 이미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 것이다. 그는 제이미에게 엄마 곁에 조금만 더 있어 달라고 부탁했다.
부모님의 갈등 속에 머무르기 힘들었던 제이미는 Hope Gap을 따라 산책을 나갔다. 한편, 미사를 마치고 돌아온 그레이스를 맞이한 것은 에드워드의 진지한 대화였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 묻어둔 감정을 드디어 나누게 되었다는 생각에 기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 대화의 끝이 이혼이라는 결론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녀의 표정은 얼어붙고 말았다.
영화는 에드워드의 선언을 기점으로 세 사람의 시선을 따라가며, 이별을 마주하는 각자의 방식과 감정을 조명한다. 사랑이 끝난 후에도 남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지를 고통스러우면서도 한편 담담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그려낸다.
I have been before.- 시의 제목인데 많은 것을 함축한다.
I think I thought there was three unhappy people. And now there's only one.
Let me go.- 아들의 마지막 대사. 깊은 여운을 준다.
마치며
이 영화는 화려한 로맨스가 아닌, 현실적인 사랑과 그 끝을 이야기한다. 결혼이 끝날 때 남겨진 사람들의 상처,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비로소 찾아오는 수용의 과정이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깊이 있는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 영화는 조용히 속삭이고 있다. 부부의 이야기지만 아들의 이야기도 된다. 가족이 무엇일까, 모두 각자의 길을 간다.